나는 늘 내 작품 뒤에 깊은 의미와 정서를 감추어 두고자 노력한다. 내가 현재 임하는 일의 가장 큰 매력은 내 마음 속에 존재해온 추상적인 세계를 CGI로 구현해내는 오직 나만의 여행이라는 데에 있다.

스틸 이미지 하나에도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가능한 한 풍성하게 담아내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인다. 이미지가 관람자의 시야에서 벗어난 후에도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늘날에도 추앙받고 있는 위대한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긴 여운을 남기는 고유한 비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이러한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들의 작품이 여전히 현재적 가치를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시대를 초월한 작품들은 개인적인 영감은 물론, 작품과 우리를 이어주는 암묵적인 유대감까지 선사한다.

내가 디자이너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나의 시선은 그 비법의 특정한 한 부분, 즉 어떤 기술이나 스타일에만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예술적 지평이 점차 넓어지게 되면서 나는 내가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늘 거쳤고, 이 과정에서 나는 항상 영감을 얻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던 이유와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준 것은 답을 향한 끝없는 갈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내가 지금처럼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렌더링 엔진 활용법 같은 기술적 노하우에 집착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나의 삶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았다. 예컨대, 내 이야기 속의 오브제를 현실적으로 묘사하고자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마다 나는 오브제의 표면 위에 작용하는 빛의 굴절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빛은 형태, 질감, 모양 그리고 맥락을 정의하는 요소다. 특정한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이미지에 활용하는 아주 섬세한 빛의 조절 방법은 평생을 투자해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나는 하나의 이미지를 부분별로 나누어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관람객과 오랜 소통을 끌어낸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다는 데에서 무척 유용하다.

우리가 아는 현실 세계를 CGI로 재현하고 또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법을 깨우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뿐 아니라, 집중된 의지를 발현하는 끝없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나의 열정을 담아 만든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데에 지금보다 더 나은 시절은 없던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세계를 CGI로 구현해내는 일에 대한 나의 사랑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지금 나는 나만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는 지점에 서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나뿐만의 일이 아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공유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예술적 역량을 높이고, 그와 동시에 예술적 깨달음을 일구고 찾아낼 수 있도록 서로를 이끌어주고 있다. 미래는 분명히 밝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 사람들은 놀라운 작품을 계속해서 발굴해낼 것이다.

애쉬 소프
ASH THORPS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최근 CGI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 기사는 ‘CA 2016년 12월호 : 2016 영국 최고의 스튜디오 30’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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