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소개를 부탁합니다.
오래된 인형의 옷과 저의 유년시절 경험을 그리는 ‘빈티지 돌 드레스 연작’ 중 가장 최근 작품입니다. 제가 처음 빈티지돌 수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생 때로, 이정미 님이 웹상에 업로드한 인형의 사진을 보게 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죠. 인형 수집은 성인이 되는 시점에서 중단하게 되었는데요. 저에겐 일종의 길티플레저로 남아있는 경험입니다. 이와 같은 유년기의 기억을 담기 위해 계획한 빈티지 돌 드레스 시리즈는 어린 시절 겪었던 상황과 그에 맞는 인형의 옷, 인물을 구성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I TRIED SO HARD>는 그리고 싶은 모델과 의상은 확실했으나 구체적으로 담아낼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아 구상에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습니다. 2015년 가을에 시작했지만 2016년에 이런저런 일을 겪은 후에야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죠. 그래서 연작 중 유일하게 제가 성인이 되고 난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때문에 이 작품을 빈티지 돌 드레스 시리즈로 구성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유의미하다고 판단했죠.

작품 속 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외모를 그려왔지만, 지금은 외모보다는 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그들의 표정, 눈빛에서 무언가를 전달받지 못하면 그림으로 그려야겠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림 속 인물과 보는 이가 눈을 맞추고 메시지를 느낄 수 있게끔 그리는 것을 선호합니다. 인물의 표정을 일부러 지우는 것은 아니지만, 제 그림에 무표정의 인물이 자주 등장하는 건 확실하지 않은 감정을 담아 보는 이가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종종 주위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면 제 상태가 예측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제가 무표정 속에 다른 형태의 자화상을 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섬세하고 가느다란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작업 도구와 과정을 들려주세요.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단계는 스케치입니다. 아무래도 형태 때문이죠. 채색은 어느 정도 수정이 가능하지만, 잘못된 스케치는 발견하는 시기가 대개 늦다 보니 그림 전체가 무너진 상태라 아무리 수정을 해도 나아지질 않거든요. 채색은 색연필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파버카스텔의 유성 색연필을 주로 사용하지만, 부분적으로 색감을 강하게 줄 땐 프리즈마의 제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선을 부드럽게 사용하여 채색해왔는데 어느 순간 사진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이후부턴 조금 러프한 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구체적이고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일단 그리고 싶은 만큼 오래 그리는 것, 실패나 남을 의식하지 말고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는 것, 솔직하게 그리는 것을 생각하고 있죠.

글 — 이주연

 강한라
NOTEFOLIO.NET/KANG-HALLA
HALLA-KANG.TUMBLR.COM


색연필과 연필을 이용한 수작업을 기초로, 인물에 초점을 맞춘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기사는 ‘CA 2017년 1월호 : 강력한 자기홍보물 제작하기’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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