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 제작한 프로젝트가 대중에게 주목받고 해외 디자인 비평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다수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바라는 일이다. 젬마 오브라이언 역시 이러한 궤도를 밟았지만, 그녀의 경우 긍정적이지 못한 반응으로 회자되었다는 점에서 그 맥락이 조금 다르다. 오브라이언은 타이포 베를린(TYPO BERLIN)에서 자신의 몸에 타이포그래피를 그려 넣는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그러나 사그마이스터에게 영감을 받은 이 작업은 프로그램 디렉터인 유르겐 지베르트(JURGEN SIEBERT)에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 과정을 기록한 2009년도의 영상은 유튜브에서 십오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뿐 아니라 ‘글자들과 사랑을 나누는 아마추어 디자이너(Amateur designer has sex with letters)’라는 제목의 블로그 게시글 역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온라인에서의 뜨거운 반응은 디자인계에서 그녀를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그녀는 혹평을 들었던 타이포 베를린에서 연설을 하기에 이른다. 그녀는 최연소 강연자로 연단에 오르면서 빠르게 성장하여 일 년에 몇 백 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보내는 등 매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CA>는 이번 OFFF 개막식에서 강연한 오브라이언을 만나 그녀가 밟은 전철에 관해 이야기를 청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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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들과 사랑을 나누는 아마추어 디자이너> 작업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컨퍼런스에서 들려주었습니다. 대중매체가 자기 홍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프로젝트를 제가 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만일 이 작품이 다른 이의 것이었다면 저는 이런 식으로 주목받고 싶진 않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는 사그마이스터의 작품과 닮아있단 점에서 일종의 술책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반향을 일으키고 공감을 이뤄내기 시작한다면 그다음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반응이 맛보게 될 것입니다. 한 작품의 성공과 관심에는 작업의 시점 역시 연관성이 크죠. 제가 그 작품을 공개했던 때는 바이럴 영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때였습니다. 인스타그램이 활발하던 시기가 아니었고, 그 외에도 공유의 장이랄 게 마련되어있지 않았죠. 지금은 대학가에서도 멋진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언제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 양이 엄청나거든요.

자신을 직접 예술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소재로 활용하는 대표 작가인 사그마이스터는 제가 학생이었을 때에도 디자인 세계에서 누구나 아는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널리 알려졌고, 컨퍼런스에서 자주 강연을 했고, 디자인 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했으니 이를 성공의 증거로 보아도 무방하겠죠. 그러나 그것은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것과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놀라울 정도의 멋진 작품을 창조하는 이들 중 다수는 강연을 하거나 자신을 작품에 등장시키는 일을 꺼리기도 합니다. 제 경우엔 정해진 원칙은 없습니다. 다만 원래 개인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그러한 성향이 강합니다. 저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보다는 사사로운 실험을 통해 좋은 작품을 만들면서 스스로 기쁨을 느끼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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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연에서 유행과 독창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초크보드(CHALKBOARD) 스타일의 타이포그래피가 양산되고 있다는 것을 짚어주었죠.
작업하는 데에 있어 유행을 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그것은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는 바람직한 현상으로부터 형성됩니다. 다만 포화상태가 되면 그 가치가 소멸될 뿐이죠. 자신만의 길은 유행을 직시하면서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질문을 던짐으로써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초크보드 스타일의 유행이 데스크톱에 기반을 둔 출판, 즉 모든 디지털 스타일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서체에 대한 인간적인 반발이라고 볼 수 있죠. 우리가 해야 할 또 다른 일은 바로 실험입니다. 다양한 툴과 기술을 실험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전국을 다니면서 여행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도 많을 텐데요.
지난 2년 동안 저의 여행 횟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해외 컨퍼런스, 벽화 제작,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서죠, 호주에 산다는 건 다른 도시들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도시를 찾아가서 영감을 얻고 개인적으로 전 세계 디자인 커뮤니티와 접촉하는 데에 오히려 유리하기도 합니다. 저는 여행 중에도 의뢰 업무를 처리하고, 때로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기도 해요. 매번 수천 마일을 날아가야 하는 여행을 한다는 건 그만큼 공항에서의 대기 시간도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에게 이러한 시간은 결코 낭비되는 시간으로 치부되지 않죠. 비행기를 타거나 산책을 하거나 목욕을 하는 시간은 제게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 시간은 제가 디지털 기기에서 멀어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간이죠. 마음을 보다 활짝 열고 사물을 바라보거나 만질 수 있다는 뜻이에요. 비행기에서 멀미 봉투에 낙서처럼 그린 작품이 전시 <스퓨백 챌린지(SPEWBAG CHALLENGE)>로 이어진 적이 있는데요. 이 역시 상업적 작업에 시간을 뺏기지 않았던 시점에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요즘에는 비행기에서 주로 영화 감상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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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스퓨백 챌린지>에서 선보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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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마 오브라이언
GEMMA O’BRIENt

GEMMAOBRIEN.COM


레터링, 일러스트레이션, 타이포그래피를 전문으로 하는 호주 출신 예술가다. 애니멀 로직(ANIMAL LOGIC), 퓨엘 VFX(FUEL VFX), 토비 앤 피트(TOBY & PETE)에서 아트 디렉터로 근무한 뒤 2012년부터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기 시작했다. 플레이보이, 나이키, 하이네켄, 콴타스 그리고 다이어트 코카콜라 등과 작업했다. 2015년에 아트 디렉터즈 클럽(ADC)이 선정하는 영건(YOUNG GUN)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기사의 전문은 ‘CA 2017년 1월호 : 강력한 자기홍보물 제작하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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